잡감/불교 13

德素

의종의 동생 명종은 즉위 후 덕소(德素)를 왕사로 추대하였다. 명종 4년(1174년) 왕사가 병이 났다. 명종은 승지(承智)선사에게 왕사를 의왕시(醫王寺)로 옮기게 하였으나 왕사는 하루만에 입적하였다. 왕은 송악산 서쪽 기슭에서 다비하여 유골을 지륵산(智勒山) 영국사(寧國寺)에 안장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내용은 보물 제534호로 지정된 영동 영국사 원각국사비(永同 寧國寺 圓覺國師碑)에 기록되어 있다. 천태산 C코스 등로 초입 국사의 비와 비각이 세워져 있다. 845년 나이를 먹은 비신(碑身)은 몸통의 아래쪽이 절반 정도 훼손된 채 위태롭게 세워져 있다. 비수(碑首)는 부실한 몸통에 얹지 못하고 바닥에 모셔져 있다. 한문준(韓文俊) 이 찬했다고 알려진 원각국사비명의 판독문과 해석문에 따르면 원각국사 덕소의..

잡감/불교 2025.02.24

정혜사 석조관음보살입상

만공이 처음 덕숭산에 입산했을 때 기거한 곳이 금선대(金仙臺)라는데!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주무셨겠지? 달이 뜨면 갱진교(更進橋)에서 거문고를 타고 있었을지도 몰라! 속세와 인연을 다했던 전월사(轉月舍)에서 진성(圓潭眞性)은 무엇을 보았을까? 금선동을 오르는 한 물건의 어설픈 헤아림이 소림초당 창문에 그림자로 어른거리면 스승처럼 그도 일없이 낮잠에 취해 있었을까? 새들은 알겠지? 그럴거야! 수덕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산중턱의 정혜사 쪽을 올려다 보면 성루처럼 자리한 향운각과 그 옆에 석조입상의 관세음보살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려다보면 까마득하지만 계단길이 잘 되어 있어 올라갈만 하다. 정혜사(定慧寺)까지 1080계단은 울력과 불사에 평생을 바친 벽초경선(碧超鏡禪)의 작품이라고 한다. 정혜사..

잡감/불교 2025.01.20

다니야

마히강(Mahi Rive)은 인도 서부를 지나 캄베이만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숫타니파타 다니야경은 이 마히강변에서 소를 키우는 다니야(Dhaniya)와 부처님이 주고 받는 이야기를 기록한 것입니다. 수만 마리의 소를 키우고 젖을 짜는 이 부러울게 없는 축산업자와 욕망의 불이 꺼진 성자는 무슨 대화를 나누었을까요? 소치는 사람 다니야가 말하기를 저는 벌써 밥도 다 해 놓았고 소젖도 다 짜 놓았습니다. 마히강 기슭에서 마누라와 같이 살고 있습니다. 지붕에는 이엉을 덮어 놓았고 등불을 밝혀 놓아 편히 지낼만 합니다. 그러하니 하늘이여 비를 내리려거든 내리소서. 부처께서 말하기를 분노가 사라진 나는 이미 완고함의 틀에서 벗어났습니다. 마히강 기슭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있습니다. 지붕에 이엉을 덮지 않아도 요란한 ..

잡감/불교 2024.11.07

대전사

이른 아침 주왕산 능선을 타고 용연폭포에 들렸다가 주방(周房) 협곡을 따라 내려와 절집에 이르렀습니다. 마당이 넓직한 이 곳 절집 이름은 대전사(大典寺)입니다. 이름이 대전이니 부처님 말씀을 커다란 법이라고 표현한 것일까요? 아니면 대전을 간행했거나 그 간행물을 소장하고 있었다는 것일까요? 아니랍니다. 그게 아니고 대전(大典)이라는 이름은 전설 속 인물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 전설을 좇아 보면 당나라 주왕( 周王)으로 불리운 주도(周鍍)라는 인물이 산 이름의 주인공이고, 그의 아들 대전도군(大典道君) 주희( 周曦)가 절 이름의 주인공입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당(唐)나라 덕종(德宗) 연간 또는 당나라 후기(後期)가 반란의 시대였던 것은 맞지만 이 시기에 주도(周鍍, 周王)라는 인물이 반란을 일으..

잡감/불교 2024.05.27

신안사 대광전

돌아다니기 좋은 날입니다. 마침 오늘이 구담(瞿曇) 선생 생일이라 떡 쪼가리라도 얻어 먹을 수 있을까 하고 신안사(身安寺)에 들렀습니다.  오랜만에 찾아 온 절집은 예전에 비해 크게 다를게 없습니다. 다만 생일잔치에 부조하러 온 사람들로 법당 안밖이 분주하고, 절마당에 늘어 선 천막에는 비빔밥을 기다리는 여인들의 수다에 시끌벅적합니다.  군수라는 이가 권속들을 여럿 거느리고서 지나가고, 민중의 지팡이를 자처하는 조직의 우두머리는 노인들에게 지팡이를 선물합니다. 극락전 앞마당은 오색등을 주런이 매달아서 자못 잔치 분위기를 내고 있습니다. 그나마 사람들 발길이 덜한 가람 가장 윗쪽의 대광전(大光殿)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맑은 햇살과 함께 비로자나불이 내려다 보고 있는 대광전 앞 마당에 서서 건물 기둥에 걸린..

잡감/불교 2024.05.15

가난한 사람이 부자와 재물이 같게 하려고 한 비유

백유경(Śatāvadāna-sutra, 百喩經)은 5세기 인도 승려 상가세나(Saṅghasena 僧伽斯那)가 교훈적인 짤막한 우화들을 모아 편찬한 작품입니다. 그 중 아흔한번째 이야기는 가난한 자가 자신과 부자의 재물을 비교하며 자신의 궁색한 처지를 한탄하다가 결국 전 재산을 내다 버린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불교 경전에 괴로움(固)이라고 번역된 둑카(Dukkha)는 사전적으로 unpleasant, painful, causing misery의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불쾌하고, 고통스럽고, 불행의 원인이라고 정의되어 있는데 제 생각에는 이 세 단어의 뜻을 뭉뚱그려서 불만족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듯 합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둑카 즉 불만족은 일상에서 노상 일어나는 일입니다. 만사 불여의(不如意)와 ..

잡감/불교 2023.11.12

견제상비상(見諸相非相)

금강경은 수많은 주석서가 있습니다. 그 중 중국 스님 다섯 명이 집필한 주석서를 모아 놓은 금강경오가해(金剛經五家解)가 제일 유명합니다. 금강경 해설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이 주석서는 당(唐)나라 규봉 종밀(圭峰宗密)의 금강반야경소론찬요(金剛般若經疏論纂要), 일명 구결(口訣)로 불리는 당(唐)나라 육조 혜능(六祖慧能)의 금강반야바라밀다경해의(金剛般若波羅蜜多經解義), 양(梁)나라 쌍림 부대사(雙林傅大士)의 금강경제강송(金剛經提綱頌), 송(宋)나라 야보 도천(冶父道川)의 금강경야보송(金剛經冶父頌), 송(宋)나라 예장 종경(豫章宗鏡)의 금강경제강(金剛經提綱)을 말합니다. 금강경 여리실견분(如理實見分) 마지막 부분은 유명한 금강경 사구게(四句偈)의 첫번째 구절(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입니다. 이..

잡감/불교 2023.10.22

발설지옥(拔舌地獄)

명부신앙에서는 사람이 죽어서 가는 곳을 명부(冥府)라고 합니다. 명부에는 죽은 자를 심판하는 열 명의 왕(시왕, 十王)이 있으며 그 중 다섯 번째 왕은 염라대왕(閻羅大王)입니다. 염라대왕은 발설지옥(拔舌地獄)을 관장한다고 합니다. 시왕지옥의 이름이 하나같이 무시무시하지만 혀를 뽑아버리는 지옥이라니 그 이름만 들어도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발설지옥은 글자 그대로 말로 지은 죄를 벌하는 지옥입니다. 불교에서는 신구의(身口意) 세 가지 업으로 짓는 열 가지 죄를 10악(十惡)이라고 합니다. 이 중 구업(口業)이 무려 4가지나 되는데 망어(妄語) 양설(兩舌) 악구(惡口) 기어(綺語)가 곧 그것입니다. 망어는 남을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요, 양설은 이간질하는 것을 말합니다. 악구는 모욕적 언사나 욕설을 이르는 것이며..

잡감/불교 2023.10.17

육도윤회

오랜만에 남자 사람들과 술을 마셨습니다. 술 한 잔이 들어가자 천사처럼 맘이 너그러워집니다. 한 두 잔 더 들어가니 말도 많아지고 심지어 몇 놈과 심하게 다투었습니다. 몇 병이 들어가니 순식간에 개가 되었습니다. 어찌 왔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부엌에 나뒹구는 흔적들로 미루어 짐작컨데 집에 도착해서 닥치는대로 처먹었나 봅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지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 얼른 해장하고 목간 다녀와야 다시 인간이 될 듯 합니다.

잡감/불교 2023.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