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감/불교

대전사

samongeereem 2024. 5. 2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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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 주왕산 능선을 타고 용연폭포에 들렸다가 주방(周房) 협곡을 따라 내려와 절집에 이르렀습니다. 마당이 넓직한 이 곳 절집 이름은 대전사(大典寺)입니다. 이름이 대전이니 부처님 말씀을 커다란 법이라고 표현한 것일까요? 아니면 대전을 간행했거나 그 간행물을 소장하고 있었다는 것일까요? 아니랍니다. 그게 아니고 대전(大典)이라는 이름은 전설 속 인물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 전설을 좇아 보면 당나라 주왕( 周王)으로 불리운 주도(周鍍)라는 인물이 산 이름의 주인공이고, 그의 아들 대전도군(大典道君) 주희( 周曦)가 절 이름의 주인공입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당(唐)나라 덕종(德宗) 연간 또는 당나라 후기(後期)가 반란의 시대였던 것은 맞지만 이 시기에 주도(周鍍, 周王)라는 인물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기록이나 반란 세력이 신라에 들어왔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물론 신라의 마일성(馬一聲) 장군이 반란 세력을 평정하였다는 기록 역시 어디에도 없습니다. 소설 속의 이야기일 뿐이지요.

 다만 이 소설속의 이야기가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든 아니면 순전히 허구이든 지금 산 이름은 어엿한 주왕(周王, 周鍍)이고 절 이름은 대전(주왕의 아들 大典道君 周曦)입니다.

 오월의 주말을 함께하는 햇살이 점점 더 따가워지고 있습니다.

 절 마당에 서면 삼불(三佛) 혹은 다섯 부처님의 형상으로 허공에  떠 있는 기암(旗巖)의 위용이 눈 먼 중생을 압도합니다.  협곡의 감흥이 아직 생생한데 거기에 더하여 절집 뒤로 올려다 보이는 깃발바위는 가히 어리석은 한 물건의 넋을 앗아 갈만한 풍광입니다.

 하지만 절집 건물들을 둘러 보면 곧바로 감흥이 사그러들고 맙니다. 전각마다 그 앞에 늘어 놓은 안내문 아니 가격표들! 전(殿)은 이미 전(廛)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전각의 주인은 마침내 전(廛)의 품(品)이 되어버린 것처럼 느껴집니다. 

 수익모델이 된 보광전(普光殿)의 구담(瞿曇 悉達多)선생은 생일잔치에 즐거웠을까요? 한 떨기 붉은 연꽃으로 솟아 오른 관음전 보살님과 업장소멸(業障掃滅) 복덕증장(福德增長)의 명부전 보살님은 잔뜩 불러 오른 배를 다독이며 흐뭇해하시고 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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