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감/불교

가난한 사람이 부자와 재물이 같게 하려고 한 비유

samongeereem 2023. 11. 12.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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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유경(Śatāvadāna-sutra, 百喩經)은 5세기 인도 승려 상가세나(Saṅghasena 僧伽斯那)가 교훈적인 짤막한 우화들을 모아 편찬한 작품입니다. 그 중 아흔한번째 이야기는 가난한 자가 자신과 부자의 재물을 비교하며 자신의 궁색한 처지를 한탄하다가 결국 전 재산을 내다 버린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불교 경전에 괴로움(固)이라고 번역된 둑카(Dukkha)는 사전적으로 unpleasant, painful, causing misery의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불쾌하고, 고통스럽고, 불행의 원인이라고 정의되어 있는데 제 생각에는 이 세 단어의 뜻을 뭉뚱그려서 불만족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듯 합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둑카 즉 불만족은 일상에서 노상 일어나는 일입니다. 만사 불여의(不如意)와 서로 통합니다. 세간에 불만족스럽지 않는 일이 얼마나 되겠습니까만 그렇다고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불만족스러운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하늘은 높고 맑은데 바람이 차갑습니다.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처럼 안밖이 냉냉합니다. 불만족이라는 오물을 잔뜩 품고 있는 오늘 상가세나 스님의 제자 구나브릿디(Guavddhi, 求那毘地)가 한역한 백유경의 아흔한번째 이야기 속의 가련한 중생을 소환해봅니다.

 아! 약을 상처에 바르고 나면 약을 싼 나뭇잎은 버릴 수 있겠지요?

 

貧兒欲與富等財物喩

昔有一貧人少有財物見大富者意欲共等不能等故雖有少財欲棄水中傍人語言此物雖尟可得延君性命數日何故捨棄擲著水中世閒愚人亦復如是雖得出家少得利養心有悕望常懷不足不能得與高德者等獲其利養見他宿舊有德之人素有多聞多衆供養意欲等之不能等故心懷憂苦便欲罷道如彼愚人欲等富者自棄己財

가난한 사람이 부자와 재물이 같게 하려고 한 비유

옛날 어떤 가난한 사람이 재물을 조금 가지고 있었는데 큰 부자를 보고 그와 같은 재물을 갖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똑같이 되지 않자 그 조금 있는 재물마저 물속에 버리려고 하였다. 그러자 곁에 있던 사람이 그에게 말하였다.
“그 재물이 비록 적지만 그대의 생명[性命]을 며칠 더 늘릴 수도 있는데, 왜 그것을 물속에 버리려고 하는가?”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이와 같아서, 비록 출가하더라도 이양을 조금 얻으면 마음에 바라는 것이 있어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그러나 덕이 높은 이 만큼은 그 이양을 똑같이 얻지 못한다. 다른 나이 많고 덕이 있는 사람이 평소에 아는 것이 많아 많은 사람들의 공양을 받는 것을 보고, 그와 같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지만 그와 똑같이 되지 못한다. 그 때문에 마음속으로 괴로워하다가 그만 도 닦기를 집어치우려고 하니, 그것은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부자와 똑같아지려고 하다가 자기가 가진 재물마저 다 버리려고 한 것과 같다.<출처 : 불교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 百喩經卷第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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