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감/불교

견제상비상(見諸相非相)

samongeereem 2023. 10. 22. 01:38
728x90

 금강경은 수많은 주석서가  있습니다. 그 중 중국 스님 다섯 명이 집필한 주석서를 모아 놓은 금강경오가해(金剛經五家解)가 제일 유명합니다. 금강경 해설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이 주석서는 당(唐)나라 규봉 종밀(圭峰宗密)의 금강반야경소론찬요(金剛般若經疏論纂要), 일명 구결(口訣)로 불리는 당(唐)나라 육조 혜능(六祖慧能)의 금강반야바라밀다경해의(金剛般若波羅蜜多經解義), 양(梁)나라 쌍림 부대사(雙林傅大士)의 금강경제강송(金剛經提綱頌), 송(宋)나라 야보 도천(冶父道川)의 금강경야보송(金剛經冶父頌), 송(宋)나라 예장 종경(豫章宗鏡)의 금강경제강(金剛經提綱)을 말합니다.

 금강경 여리실견분(如理實見分) 마지막 부분은 유명한 금강경 사구게(四句偈)의 첫번째 구절(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입니다. 이 구절에 야보선사는 이렇게 송(山是山水是水 佛在甚麽處 有相有求俱是妄 無形無見墮偏枯 堂堂密密何曾間 一道寒光爍太虛) 하였습니다. 이 게송 중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구절은 1981년 퇴옹 성철((退翁性徹)의 종정 취임 법어에 들어 가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됩니다.

 조선 초기  금강경오가해설의(金剛經五家解說誼)를 저술한 함허당 득통(函虛堂得通)은 금강경 위 구절에 다음과 같이 해설(若一向佛身無相 相外必有佛身 卽今見山 卽是山 見水卽是水 佛在甚麽處 執有執無 俱成邪見 有無無二 一味常現)을 덧붙였습니다. 쉽사리 와 닿지 않는 야보선사의 게송에 몇 발자국이나마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오등회원( 五燈會元) 등 조사들의 여러 법어집에 등장하는 청원 유신(靑原惟信)의 기록을 보면 야보 도천의 게송에 나오는 산시산수시수 문구가 청원 유신의 법어에서 유래하였음을 추정 수 있습니다.

吉州靑原惟信禪師 上堂 老僧三十年前未參禪時 見山是山 見水是水 及至後來 親見知識 有箇入處 見山不是山 見水不是水 而今得箇休歇處 依前見山祇是山 見水祇是水 大衆 這三般見解 是同是別 有人緇素得出 許汝親見老僧 [출처] 五燈會元 第17卷

 허망이라는 단어는 존재 자체를 허망하다고 정의하는 것이 아니고, 존재를 인식하는 수단 방법이 다 허망하다는 뜻입니다. 그것을 깨달아야 제상(諸相)이 비상(非相)임을 깨닫게 되겠지요.

 불안을 넘어 공포가 일상이 된 시절입니다. 야보선사의 게송과 함허당의 설의, 청원 화상의 법어 뿐만 아니라 동산 수초(洞山守初)의 마삼근(麻三斤)이든, 운문 문언(雲門文偃)의 건시궐(乾屎橛)이든, 단하천연(丹霞天然)의 소불(燒佛)이든 뭐든 다 소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잡감 > 불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안사 대광전  (0) 2024.05.15
가난한 사람이 부자와 재물이 같게 하려고 한 비유  (1) 2023.11.12
발설지옥(拔舌地獄)  (0) 2023.10.17
육도윤회  (0) 2023.09.20
제법무아(諸法無我)  (0) 2023.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