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감/사람 5

유틸리티 플레이어

유틸리티 플레이어(utility player)하면 떠오르는 선수가 있다. 해태 타이거즈 이건열이다. 동국대 시절 이건열은 포수였다. 하지만 프로야구에 발을 담근 이후로는 포수 뿐만 아니라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수 그리고 외야에서 좌익수 우익수 등을 맡으면서 선수생활 내내 글러브를 바꿔 끼었다. 요즘에야 이건열을 'KBO 역사상 최초의 유틸리티 플레이어'라는 있어 보이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지만 당시 그는 무려 여섯 개의 포지션을 떠도는 사실상 팀 내부의 저니맨이었다. 역사에 가정이 없다지만 장채근이나 김성한이 없었다면 이건열은 어떤 선수가 되었을까? 거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그의 재능은 어떤 식으로 펼쳐졌을까? 장성호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그의 서른 중반은 화려하게 꽃 피었을까? 아니면 좀 덜 쓸쓸..

잡감/사람 2023.11.09

우번(虞翻)

삼국명신서찬(三國名臣序贊)은 동진(東晉)의 원굉( 袁宏, 字彦伯)이 지은 삼국시대 명신(名臣)에 대한 행장기(行狀記)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순욱(荀彧, 字文若), 제갈량(諸葛亮, 字孔明), 주유(周瑜, 字公瑾), 순유(荀攸, 字公達), 방통(龐統, 字士元), 장소(張昭, 字子布), 원환(袁渙, 字曜卿), 장완(蔣琓, 字公琰), 노숙(魯肅, 字子敬), 최염(崔琰, 字季珪), 황권(黃權, 字公衡), 제갈근(諸葛瑾, 字子瑜), 서막(徐邈, 字景山), 육손(陸遜, 字伯言), 진군(陳群, 字長文), 고옹(顧雍, 字元歎), 하후현(夏侯玄, 字泰初), 우번(虞翻, 字仲翔), 왕경(王經, 字承宗), 진태(陳泰, 字玄伯) 등 스무명입니다. 이들 중 순욱 순유 원환 최염 서막 진군 하후현 왕경 진태 등 아홉은 위..

잡감/사람 2023.11.02

무속(巫俗)의 시대

부근당(付根堂)을 지어 마고(麻姑)할미를 모시고 당 옆에는 양경물(陽莖物)도 세워 놓을까나! 피흉추길(避凶追吉)에 관성제군(关圣帝君)이라니 진령(眞靈) 현령(賢靈) 대감처럼 새로이 관묘(關墓)도 꾸며볼까? 춘추(春秋)로 명산대천(名山大川)을 돌며 별기은제(別祈恩祭)도 지내야겠지! 하물며 무(巫)든 격(覡)이든 신통방통하고 영험(靈驗)을 쫒는 일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잡감/사람 2023.09.15

무앙수린

중대 내 사병들은 시설대 모모중사를 무앙수린이라고 불렀다. 모모중사가 복싱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거나 권투선수로 복무한 이력이 없음에도 모두들 그렇게 불렀다. 아마 그의 생김새가 언듯 보기에 인도차이나반도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비슷하게 생겨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무앙수린이라는 이름자가 識과 道, 慈悲가 없는 것 같은 질감을 가져서 그런 것인지 사람들은 태국의 권투선수 무앙수린을 모모중사의 별칭으로 사용하는데 별다른 거부감을 갖지 않았다. 시설대에서 관리하는 중요 시설중에 급수시설이 있었다. 부대에 식수를 공급하기 위한 시설이다. 계곡에 댐을 쌓고 취수정을 통해 집수정으로 물을 끌어와 소독과정을 거친 후 부대에 있는 물탱크로 펌핑하는 것이다. 무앙수린은 급수시설을 점검하러 오면 의레껏 댐 옆에 있는 ..

잡감/사람 2023.09.08

陳述

광해군5년 계축옥사는 칠서지옥(七庶之獄)에서 비롯됩니다. 칠서지옥은 강변칠우(江邊七友)라 자처하며 세상에 대한 불만을 키워가던 명문가 출신 서출들이 조령(鳥嶺)에서 은상인(銀商人)을 죽이고 은을 약탈한 사건이 발각되면서 시작됩니다. 이이첨 등 대북파는 장차 왕권의 위협이 될 수 있는 영창대군을 제거하기 위한 기회로 이 사건을 활용합니다. 세상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서출들의 일탈 행위를 영창대군을 옹립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려 했다는 무시무시한 역모 사건으로 몰고 간 것입니다. 박응서(朴應犀)는 강변칠우 중 한 사람입니다. 그는 자신의 화를 모면시켜주겠다는 대북파 이이첨의 유혹에 넘어가 조령 사건을 단순 절도가 아닌 역모 자금을 준비하려 한 것이라고 진술합니다. 이 진술로 인해 옥사가 시작됩니다. 왕이..

잡감/사람 2023.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