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좋다! 따땃허겄다. 김장하기 전이었으니까 아마 입동 무렵이었을 것이다. 오리털 누비옷을 새로 장만하던 날 엄마는 옷가게 사장의 추임새보다 더 격하게 좋아라 하였다. 거울을 들여다 보기도 하고 고개를 이쪽 저쪽 돌려가며 찬찬히 옷매무새를 살피더니 은은한 색깔이 맘에 든다고도 하고 옷 길이가 길지도 짧지도 않고 적당하다고도 하고 평소와 다르게 수다스러워졌다. 분위기를 파악한 가게 사장은 순식간에 겨울 스웨터까지 엄마의 환심을 끌어내는데 성공하였다. 다들 열심히 산다 옷값을 계산할 때 가게 사장은 "일시불이지요?' 라고만 물었다. 아들로 보이는 남자 사람이 엄마로 보이는 할매와 같이 와서 고른 물건의 값을 계산할 때 가격을 말하지 않는 것은 기가막힌 상술인 것 같다. '네'하고 대답하면서 곁눈질로 가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