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데... 아침 아홉 시에 도착한 구천동 주차장이 썰렁하다. 오늘 비가 온다는 예보도 없었고 집을 나설 때는 전혀 비가 올 것 같지 않더니 오는 길에 제법 빗방울이 굵어지고 눈발이 날리기도 하였다. 주말이면 산꾼들로 북적이는 주차장이 이토록 썰렁한 것을 보면 산꾼들은 일기예보와 상관없이 날씨 본능이 엄청 발달한 모양이다. 날이 궂을 것을 어찌 이리도 귀신같이 아는 것일까! 그렇다면 지금 나는 무슨 시츄에이션? 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호연지기를 보여주는 아재인가? 아니면 이런거 저런거 잴 줄 모르는 모지리인가? 휑한 주차장 한 켠에서 혼자말로 구시렁거리면서 신발을 갈아 신는 동안 다행히도 비옷을 입을까 말까 망설이게 할 정도로 비가 잦아 들었다.
하지만 예보와 다르게 궂은 날씨는 뜻하지 않은 풍경을 선물로 주었다. 해발 구백미터 가량되는 백련사에 이르자 절집 주위는 온통 눈꽃으로 뒤덮여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여기서 부터 정상까지는 그야말로 별천지다. 3월 중순에 이런 설경을 보게 될 줄이야! 눈꽃을 처음 본 사람처럼 오르는 길 여기저기 땀방울보다 더 많은 찬사를 숱하게 내놓았다.
향적봉에 도착하였다. 늘 그랬던 것처럼 정상석 앞에 사람들이 주런이 늘어 서 있으리라 생각하고 마지막 오르막을 넘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아무도 없다. 진짜 한 사람도 없다. 이게 주말 낮시간의 향적봉 모습이 아닌데! 설천봉까지 올라오는 곤도라가 운행을 안하는 것인가? 아니면 사람들이 모두 일기예보와 상관없이 날씨 본능이 엄청 발달해서 오늘 외출이 곧 날궂이라고 판단한 것인가? 어쨋든 아무도 없는 덕유산 정상은 잠시도 서있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