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다

용문골을 오르다

samongeereem 2025. 3. 4.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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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唐) 태종 이세민(李世民)은 중국의 대표적인 명군으로 꼽힌다. 국력은 강해지고 경제적 풍요를 이루었으며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이 시기를 사람들은 정관의 치(貞觀之治)라 부른다. 그의 치세(治世) 시기인 정관(貞觀)  12년은 서기로 치면 638년이다. 대둔산 용문골을 오르다 보면 용문굴 입구에 굴의 기원이 적힌 안내판이 하나 세워져 있는데 문장은 정관 12년에 선도대사라는 이가 대둔산 용문굴에서 수행을 하였다는 내용 등이 간략하게 적혀 있다.

 안내문에 정관 12년이라는 당 태종 연호를 언급한 것으로 보아  수행자는 613년에 태어나 681년에 열반에 든 중국의 선도대사(善導大師)를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안내문에 따르면 대사가 이 곳에서 도를 닦고 있을 때 용이 바위문을 열고 승천하였다고 한다.

 선도대사의 주 활동무대는 시안(西安)으로 알려져 있고, 열반 후 대사를 기리는 숭령탑 역시 시안의 향적사(香積寺)에 세웠다고 하는데 대사는 무슨 인연으로 머나먼 동쪽의 이 곳 용문골까지 와서 도를 닦았단 말인가?

 연유를 알 수 있는 문건은 찾아 볼 수 없지만 어쨋든 이 곳 용문굴에서 당대 고승 선도대사가 수도 하였다 하니 마음가짐을 경견하게 가져 본다.

 바위틈 좁은 굴을 지나면 제법 평평한 지대가 있고 머리에 소나무 한 그루를 이고 있는 늠름한 암봉이 나타난다. 수행 장소로 더 할 나위 없어 보인다. 대사는 아마 바위로 둘러싸인 평평한 곳에 움막을 짓고 수행을 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그가 염불수행을 그리 강조하였으니 무시로 외는 염불 소리가 주위의 바위를 타고 골짜기에 장엄하게 울려 퍼졌을 것이다. 정관 12년 638년이면 대사의 나이가 스물 다섯일 터 나무아미타불을 외는 소리도 우렁차고 힘이 넘쳤을 것이다.

 불현듯 대사의 아미타불 외던 목소리가 용문골 바위들 결정 속에 깊이 스며 들어서 아직까지 남아 있지는 않을까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해 본다. 하긴 언제나 중생칭염 필득왕생(衆生稱念 必得往生)을 종지(宗旨)로 설파하던 대사였으니 그의 염원이 담긴 염불이라면 그럴 법도 하지 않겠는가? 하여 용문굴 주변 바위에 귀를 대면 바위에 깊이 스며든 대사의 염불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아니 단호하게 염불필정(念佛必定)을 할(喝)하는 대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근본없는 잡념에 빠져 있는 동안 어느새 오후 두 시가 지났다. 용문굴 암봉 위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공연히 하산길이 부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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