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명신서찬(三國名臣序贊)은 동진(東晉)의 원굉( 袁宏, 字彦伯)이 지은 삼국시대 명신(名臣)에 대한 행장기(行狀記)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순욱(荀彧, 字文若), 제갈량(諸葛亮, 字孔明), 주유(周瑜, 字公瑾), 순유(荀攸, 字公達), 방통(龐統, 字士元), 장소(張昭, 字子布), 원환(袁渙, 字曜卿), 장완(蔣琓, 字公琰), 노숙(魯肅, 字子敬), 최염(崔琰, 字季珪), 황권(黃權, 字公衡), 제갈근(諸葛瑾, 字子瑜), 서막(徐邈, 字景山), 육손(陸遜, 字伯言), 진군(陳群, 字長文), 고옹(顧雍, 字元歎), 하후현(夏侯玄, 字泰初), 우번(虞翻, 字仲翔), 왕경(王經, 字承宗), 진태(陳泰, 字玄伯) 등 스무명입니다.
이들 중 순욱 순유 원환 최염 서막 진군 하후현 왕경 진태 등 아홉은 위(魏)나라 사람이고, 제갈량 방통 장완 황권 등 넷은 촉(蜀)나라 사람이며, 주유 장소 노숙 제갈근 육손 고옹 우번 등 일곱은 오(吳)나라 사람입니다. 이름과 자를 훑어 보면 제갈공명이나 주유처럼 매우 익숙한 인물들도 있지만 서막 진군 등 생소한 인물도 있습니다.
원언백은 이 글에는 오나라 사람 우중상에 대하여 이렇게 찬(贊)합니다. 仲翔高亮 性不和物 好是不羣 折而不屈 屢摧逆鱗 直道受黜 嘆過孫陽 放同 賈屈 詵詵眾賢 千載一遇....
첫 머리에 중상을 고량이라는 단어로 함축하여 표현하였습니다. 고량은 아마 고풍양절(高風亮節)을 이르는 듯합니다. 인품이 고상하고 절개가 굳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다음 문장을 보면 성정이 물욕에 물들지 않았다고 적고 있습니다. 청빈한 관리였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또한 삼국지(三國志) 오지(吳誌) 우번전(虞翻傳)에도 우번의 청렴함을 호박불취부개(琥珀不取腐芥)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승관발재(升官發財)를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이었지만 호박은 썩은 티끌을 취하지 않는다는 뜻처럼 부정한 금품을 받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를 찬탄하는 문장이 이어집니다. 훌륭하여라, 무리에서 비할 데 없이 뛰어나구나!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았다. 여러차례 임금의 분노를 일으켰으며 직언으로 내쳐지기도 하였다. 백락보다 뛰어난 안목을 가졌음을 찬탄하노라. 하지만 가의와 굴원과 같은 처지가 되었구나. 현자가 많고 많다지만 천년에 한 번이나 겨우 만날 수 있는 사람이다....
우번이 주역에 조예가 깊은 뛰어난 유학자이고 설득력이 뛰어난 인물이라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절이불굴(折而不屈)이라는 말이 표현하듯 너무나 강직했기에 미움도 많이 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술버릇 고약하기로 소문난 손권에게는 죽임을 당할 뻔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성정이 오히려 원언백으로 하여금 우중상을 찬하게 한 까닭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양심이 고장난 무리들이 날뛰는 세상입니다. 죄책감도 없고 부끄러움도 모르는 저 무도한 자들을 꾸짖어 줄 우중상은 어디에 있을까요?
- 高亮 : 高風亮節에서 온 말로 보임
- 不羣 : 무리에서 비할 데 없이 매우 뛰어남
- 孫陽 : 손양의 자(字)는 백락(伯樂)이며 명마(名馬)를 잘 알아본 것으로 유명하다
- 賈屈 : 한(漢)의 가의(賈誼)와 초(楚)의 굴원(屈原), 두 사람 다 충간(忠諫)하다가 참언(讒言)으로 물러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