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가는 길에 상고암(上庫庵)을 지난다.
암자 이름이 윗곳간이라니! 창고를 이름으로 쓸 정도면 이름자 역할을 할 만큼 오랫동안 이 곳에 무언가를 저장하는 건물이 있었던 모양이다. 일설에 의하면 산 아래 큰 절 지을 때 목재를 저장하던 상 중 하 세 개의 창고 중 맨 윗쪽의 창고가 있던 곳이라고도 한다. 근거는 없다.
훌륭한 절집이 된 이 곳을 드나드는 자리에 사천왕과 보살 그리고 관세음보살을 마애한 바위가 서 있고 그 앞에는 조각한 귀두와 비신석이 세워졌을 비좌의 흔적이 뚜렷한 바위가 엎드려 있다.
야차는 어디가고 지물을 들고 있는 이들은 보살의 모습으로 절집을 지키고 있을까? 계곡에서 세심(洗心)하고 산 비탈을 오르며 땀방울로 세진(洗塵)한 이들이 드나드는 곳에 굳이 금강역사가 버티고 있을 까닭이 없어서 그럴까?
세간의 살림이 바빠질 시간 관음전 지붕 위로 구름이 지나간다. 혹여라도 남은 분별은 관세음보살께서 다 보고 있겠지! 전망대 건너편 경업대 관음암에도 구름이 지나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