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절 마당에 들어서면 극락전 아미타여래나 관음전 동종(銅鐘) 보다 건물 지붕 너머로 올려다 보이는 서래봉에 마음을 뺏기게 된다. 한편으로는 대웅전을 태워버린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편하기도 하다.
어쨋든 하산길에 절마당은 소요유(逍遙遊)하기 좋은 곳이다. 발길 가는대로 느릿느릿 걷다보니 남쪽과 북쪽의 두 전각과 입구 누각에 걸린 현판이 눈에 들어 온다. 몹시 눈에 익은 반가운 서체, 탄허 택성의 글씨다. 전에 이 곳에서 탄허스님의 글씨를 본 적이 있었나? 전혀 기억이 없다.
웅장한 자태로 내려다 보고 있는 서래봉에 눈이 가고 불타버린 대웅전에 마음을 빼앗기면 다른 것은 잘 안보이는 모양이다. 자주 와 본 곳도 전에 없던 것처럼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껴본다.
다음에 이 곳을 지나게 되면 또 무엇이 새롭게 눈에 들어올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