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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빨랫줄에 널린 광목 홑청을 훓고 지나갑니다. 우풍을 막아줄 솜이불을 지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엄마는 풀을 멕이고 물을 뿜어서 차곡차곡 갠 홑청을 밟고 다듬이질하여 빳빳하게 한 다음 이불솜에 대고 바느질합니다. 더불어 비갯이도 새로 합니다. 나는 새 이불 위에 새 비게를 비고 누워봅니다. 꼬실꼬실한 감촉이 봄날 양지쪽에서 해바라기하는 느낌입니다. 엄마가 이불 바느질을 하면 누이는 젙에 앉아서 뒤꿈치 구녁난 나이롱 양말을 꼬매고, 물팍이 헤진 내복도 천조각을 덧대어 야무지게 꼬매 놓습니다.
작은방 호롱에 불이 켜지면 방 구석테기 쑤싯대 안에서 막내가 고구마를 꺼냅니다. 엄마한테 들켜도 덜 얻어들을 막내가 먼저 총대를 맵니다. 고구마 껍질을 이빨로 드득 드득 갉아 내고 돌려가며 누우런 속살을 한 입씩 베어 뭅니다. 더불어 항아리속 우린 땡감도 몇 개 없어지고 단술도 몇 사발 증발합니다. 어느새 어둠이 짙어지면 꼬맹이들의 키득거리는 소리도 소근거림이 되어 호롱불 끄시름 속에 잦아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