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감/고향

여름날 #1

samongeereem 2022. 11. 29.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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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림골 따라 늘밭 넘어가는 고개길 젙에 저수지가 하나 있습니다. 그닥 높지 않은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가둬놔서 그런지 크기가 째깐합니다. 그래도 돌로 쌓은 제방이며 배수로까지 있어서 저수지 꼴은 하고 있습니다.

 날은 덥고 고샅에 별 소리가 안들리면 동네 애들은 어김없이 이 곳에 와 있습니다. 마을에서 이 곳까지 걸어오면 풀때죽 한그릇으로 채운 배가 푹 꺼질 만한 거리지만 그래도 여름에는 이만한 놀이터가 없습니다.

 뙈얕볕에 깔 비러 온 몇 놈이 홀딱 꾀를 벗더니 물 속으로  뛰어 듭니다. 한참동안 서로를 물속에 꼬라박으며 놀고 있습니다. 송장시엄으로 저수지 가생이를 돌고 있는 놈도 있습니다. 둑방에는 소들이 청보리 된장국 먹는 소리를 내며 풀을 뜯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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