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이 '진짜 중'이라고 일컬었던 명진(明盡)이 입적(入寂)하였다. 인연이 다한 육신을 벗고 본래 나온 자리로 돌아가는 도반(道伴)의 영결식에서 도올은 '영산의 춤'이라는 추도시를 발표하였다. 도올은 추도시에서 '그렇게 늠름한 코끼리처럼 가고 싶은 대로 숲을 노닐더니만 어쩌자구 나보다 먼저 가신단 말이오'라며 애도하고 있다.
늠름한 코리리처럼 가고 싶은 대로 가던 이가 환지본처(還至本處) 길 쯤이야 헤맬리 없겠지만, 그래도 다비장에서 그를 배웅하면서 아미타불을 간절하게 불러본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靈山之舞
영산의 춤
대승大乘은 일심一心이오
일심은 중생심衆生心이라
중생심 가운데 피어오른
연꽃의 향기는
무명無明의 향기를
화엄에 자욱 퍼트리니
명明이 진盡함도 없도다
말 끝나면 웃음
말 끝나면 정의
말 끝나면 연민
말 끝나면 비감悲感
그대 덕분에 이 땅은
고조선의 풍도를 지킬 수 있었다
그대 덕분에 모든 사람이
공空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대 덕분에 모든 사람이
진여眞如와 생멸生滅이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어느 땅으로 가시려오
하나된 중생이 이 땅에 있는데.
엊그제까지도 그대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잇몸을 잘 문지르시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어만 있지말고
주기적으로 걸으시오
잇빨이 고장나면 먹을 수 없고
다리가 고장나면 걸을 수 없소
혼자 사는 스님은 이러면 뒤처지오
그러면 끝이라오
광야를 가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홀로 가기가 쉽지 않소
그런데 그렇게 늠름한 코끼리처럼
가고 싶은 대로 숲을 노닐더니만
어쩌자구 나보다 먼저 가신단 말이오
그대는 또 말했소
맨몸으로 바닷속 수십메타를 내려가면
3분15초를 기록할 즈음이면
나는 엄마 난자와 아버지 정자가
결합하기 전 우주의 무념無念으로 돌아가오
생사의 칼날 위에서 완벽한 무위無爲를 실천하오
산소를 잡아먹지 않소
세상에 이 이상의 용맹정진은 없소
유쾌하오, 언어의 염색이 없는 해탈을 맛본다오
요즈음은 후배들 신세지기 싫어
돌봐주는 이 없이
혼자 헤엄쳐 들어간다오
그대는 죽는 순간에도 살아있었소
죽는다는 생각의 찰나도 없이
적멸보궁으로 들어가 버렸소
아하앙~ 한마디만 쓴소리 해야겠소
大兄의 해탈은 욕심이었소
그러나 수없이 선한 인연을 지어
중생을 대승大乘에 오르게 하는
욕심이었기에 봐주겠소. 그러나 나는 괴롭소
나는 슬프오
나는 외롭소
코뿔소의 고독을 두 배로 씹어야 하니까.
그대는 기적이라오
있을 수 없는 생멸의 기적
그대는 불생불멸의 반야
그대는 영원한 조선의 현묘지도
그대는 풍류
그대는 바람이어라
나는 지금 이 순간
그대와 더불어
장중한 수제천壽齊天을 듣고 있소
잘 가시오
곧 만나겠지요
2026. 8. 25. 도올 김용옥
출처 : 불교닷컴(http://www.bulkyo21.com)






'잡감 > 불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무문관 (0) | 2026.02.08 |
|---|---|
| 후령통 (1) | 2025.06.02 |
| 다니야 (0) | 2024.11.07 |
| 가난한 사람이 부자와 재물이 같게 하려고 한 비유 (1) | 2023.11.12 |
| 견제상비상(見諸相非相) (1) | 2023.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