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가다

수선사(修禪寺)

samongeereem 2025. 12. 22. 13:31

 절집에 가면 ‘알음알이를 내지 말라’라거나 한자로 '入此門內莫存知解'와 같은 글귀를 보게 된다. '입차문내막존지해'를 우리말로 하면 '이 문 안에 들어오려면 알음알이를 내지 말라' 뭐 그런 뜻이다. 불립문자(不立文字)를 강조하는 선불교 전통의 절집에서 머리로만 아는 이해를 비판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말하자면 지식적 분별에 머물지 말고, 직접 수행과 체험을 통해 진리를 깨달으라는 것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알음알이'를 '약삭빠른 수단, 서로 가까이 아는 사람'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절집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다. 그런데 사람 사이의 친분 관계나 약은 수단을 나타내는 이 말이 불교에서는 지식적 이해나 분별심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불교문화포털 불교용어 편에서는 '알음알이'를 '대상을 인식하는 수단으로서의 갖가지 잘못된 분별을 한글로 번역한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실제 의미와는 다르지만 분별(分別)이나 지(知),해(解), 식(識), 지견(知見) 등의 단어를 우리말로 옮기면서 ‘알음알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즉, '알음알이'를 반야(般若)에 대칭되는 지식(知識), 지해(知解) 등에 대한 번역어이자 깨달음의 방해요소로 보는 것이다.

 푸른 뱀의 해가 저물어 가는 겨울날 주말 아침! 웅석봉 자락에 자리한 수선사(修禪寺)에 들렀다.

 깊어가는 겨울에 가당찮게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비를 피하려 절마당 가생이 건물 처마밑으로 들어섰다. 차와 관련한 글귀를 방문에 이고 있는 건물에는 선열당(禪悅堂)이라는 현판(懸板)이 붙어 있다. 건물 안쪽에는 구담(瞿曇)선생이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꽃을 들어 보였다는 문구가 걸려 있고, 입구에는 앞서 언급한 '알음알이'를 경계하는 문구도 기둥 양쪽에 주련처럼 매달려 있다. 한쪽에는 입학문래(入學門來), 다른 기둥에는 막존지해(莫存知解)라고 쓰인 글귀가 그것이다. 그것이 절집 언어로야 선방에 들어 왔으면 '알음알이'를 내지 말라는 둥 고상한 의미가 담긴 것이겠지만, 한낱 눈 먼 나귀의 언어로 하자면 '배우러 왔으믄 아는 체 하지 마라!' 그런 뜻 아니겠는가!

 문득 절마당 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무량수불(無量壽佛)은 연꽃 대신에 산수화를 한 폭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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