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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산

작가 한승원의 대하소설 동학제에도 등장하는 도솔암 마애불 비기(秘記) 탈취 사건은 동학농민혁명과 깊은 관련이 있다. 도솔암 마애불의 가슴 부위에는 네모난 구멍이 있는데, 이곳에 비기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이 비기가 세상에 나오는 날, 한양은 망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한다. 소설에서는 이 비기를 조선 왕조의 운명이 다했음을 알리는 '정감록'과 같은 유형의 예언서나 새로운 세상을 여는 '천서(天書)'로 묘사하고 있다. 농민군 지도부는 민심을 하나로 모으고 혁명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 마애불의 가슴 부위 구멍에서 비기를 꺼내기로 결단을 내린다. 이윽고 농민군이 비기를 손에 넣었다는 소문이 퍼져나가자 '하늘이 동학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강력한 신호가 되어 절망에 빠진 농민들에게 혁명의 불..

산에 오르다 2026.03.09

선운사 동백꽃

1944년 12월 9일 친일어용매체인 매일신보에 미당(未堂)의 마쓰이 오장 송가(松井伍長頌歌)라는 시가 실린다. 미당은 이 시에서 가미카제가 되어 죽은 스물한살 조선인 청년 마쓰이 히데오를 정국대원(靖國隊員)의 푸른 영혼(靈魂)으로 미화하고, 원수 영미국(英米國)의 항공모함을 몸둥이로 깨트리는 자살특공대에 참전하는 것을 장한 행동이라며 극찬하고 있다. 미당은 고향인 고창 선운사에서 인연을 맺은 석전(石顚) 스님을 '내 정신의 아버지'라 부르며 절대적으로 존경했다고 한다. 석전은 엄혹한 일제하에서도 독립 자금을 지원하는 등 독립운동에 헌신하였으며, 왜색 불교에 맞서 한국 불교의 전통을 수호하려 노력하였던 인물이다. 하지만 미당은 스승이 평생 지키고자 했던 민족적 자존심을 저버리고 친일의 길로 들어선 것이..

절에 가다 202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