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감/사람

무앙수린

samongeereem 2023. 9. 8. 22:44

 중대 내 사병들은 시설대 모모중사를 무앙수린이라고 불렀다. 모모중사가 복싱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거나 권투선수로 복무한 이력이 없음에도 모두들 그렇게 불렀다. 아마 그의 생김새가 언듯 보기에 인도차이나반도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비슷하게 생겨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무앙수린이라는 이름자가 識과 道, 慈悲가 없는 것 같은 질감을 가져서 그런 것인지 사람들은 태국의 권투선수 무앙수린을 모모중사의 별칭으로 사용하는데 별다른 거부감을 갖지 않았다.

 시설대에서 관리하는 중요 시설중에 급수시설이 있었다. 부대에 식수를 공급하기 위한 시설이다. 계곡에 댐을 쌓고 취수정을 통해 집수정으로 물을 끌어와 소독과정을 거친 후 부대에 있는 물탱크로 펌핑하는 것이다.

 무앙수린은 급수시설을 점검하러 오면 의레껏 댐 옆에 있는 취수정에 올라가 뚜껑을 열고 그 안에다 오줌을 누었다. 무앙수린이 識과 道, 慈悲가 없는 것을 아는 병사들은 아무도 그의 방뇨를 제지하지 않았다. 아니, 말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부대 모든 장병들이 먹을 물인데 그 시설을 관리하는 실무 책임자가 거기다 오줌을 싼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위였지만 아무도 그를 말리지 않았고, 그 역시 아무런 꺼리낌이 없었다.

 그런 무앙수린이 뜻밖의 꼼짝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관사아파트에서 작업을 하던 시설대 사병들이 한 여인에게 고양이 앞의 쥐처럼 설설 기는 무앙수린의 모습을 본 것이었다. 관사 사정에 비교적 정통한 관사 통신병은 그 여인이 무앙수린의 부인이라고 알려 주었다. 심지어 부인에게는 깍듯이 존대말을 쓴다는 것도 알려 주었다.

 무앙수린이 마누라한테 꼼짝 못한다는 이야기가 부대 내에 번지자 여기저기서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외지를 떠돌아야 하는 직업군인의 숙명이라는 설도 나오고, 혹시 아랫도리가 부실한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무앙수린이 툭하면 취수정에 오줌을 누는 것도 알고 보면 부실한 아랫도리에 대한 트라우마에 기인한 것이라는 설까지 등장했다.

 강산이 여러번 변할 만큼 세월이 흐르고 새로운 처음이 일상이 된 요즘에 그 시절이 기시감을 갖게 하다니 입맛이 씁쓸하기만 하다.